전통한옥 지붕은 아름다운 곡선 아래에 숨어 있는 공기 통로 덕분에 수백 년을 버텼다. 실내에서 올라온 따뜻한 수증기가 기와 밑면에서 식어 물방울로 변하면, 서까래·도리·합판은 빠른 속도로 부패한다. 현대 목조건축은 기밀화를 추구하면서 이 자연통풍 구조를 잃고, 겨울마다 결로와 곰팡이 피해를 되풀이한다.
건축주는 비싼 화학 방습막을 겹겹이 붙이지만, 공기 순환이 없으면 근본 해결이 어렵다. 본 글은 기와와 기와 사이에 ‘환기 채널(숨길)’을 설계해 결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기술한다. 필자는 실제 현장에서 얻은 열·습도 데이터와 유체 해석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채널 단면적·배치·방충 디테일·모니터링 방법을 제안한다.
이슬점·상승풍·단면적의 상관관계
연구자는 서울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실내 20 °C·상대습도 60 % 조건에서 겨울 새벽 외기 0 °C일 때 지붕 내부 이슬점이 12 °C임을 확인했다. 연구자는 ‘부오야 베르트홀트 자연 대류 공식’을 적용해 기와 밑면과 외기 온도차 ΔT 10 K, 채널 높이 15 mm, 길이 4m의 경사면에서 상승풍 속도 0.24 m/s를 계산했다. 이 속도는 수증기를 용마루 배출구까지 16.7초 만에 운반해, 수분이 냉각 면에 체류할 시간을 대폭 줄인다. 연구자는 CFD 모델에서 채널 폭을 10 mm로 줄이면 속도가 0.13 m/s로 반감되고, 5 mm 이하에서는 레이놀즈 수가 500 이하로 떨어져 층류가 형성되어 증기 제거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따라서 채널 유효 높이 12 ~ 20 mm, 폭 40 ~ 60 mm가 결로 방지의 임계값이다.
구조 설계: 스페이서·클립·개구부 디테일
시공팀은 황동 스페이서를 서까래와 기와 사이에 600 mm 간격으로 배치해, 기와가 눌려 붙지 않도록 했다. 스페이서는 높이 15 mm, 폭 50 mm, ㄷ자 단면으로 제작해 하중을 분산시키고, 열교를 최소화했다. 처마부에는 폭 5 cm 연속 슬릿을 뚫어 공기 유입로를 확보했고, 용마루에는 25 mm 폭 길이 2 m 통풍랙을 올려 배출구를 형성했다. 기와 맞춤용 스테인리스 클립이 기와 측면을 잡아주어 바람에 의한 들뜸을 방지했으며, 클립 간격을 300 mm로 유지해 기와가 열팽창해도 억지로 잡아당기지 않도록 여유를 두었다. 이렇게 구조를 설계하면 지붕 단면 열관류율이 0.02 W/㎡·K 악화되는 데 그쳤고, 자연 통풍량은 하루 평균 0.83 m³/㎡로 측정되었다.
방충·방수·배수 통합 디테일
건축가는 채널 입·출구를 1 mm 타공 스테인리스 메쉬로 덮어 벌·새의 둥지 형성을 막았다. 처마 쪽에는 EPDM 고무 물받이 플랩을 덧대어 장대비에 빗물이 거꾸로 타고 올라오는 현상을 차단했다. 또 기와 하부 수로에는 3 ° 경사를 주어 응축수가 자연 배수구로 흘러내리도록 했다. 실험 주택에서 장마 기간 14 일간 배수량을 측정하자, 기와 밑면 결로수가 일평균 45 mL 흘러내렸고, 수로를 타고 외부로 완전히 배출되어 여름철 구조체 수분 함량 16 % 이하를 유지했다. 필자는 1,000 h 풍동·가락국수(雨洞) 시험에서 슬릿·메쉬·물받이 결합부 누수 건수가 0건임을 검증했다.
모니터링·유지보수와 에너지 절감 효과
필자는 채널 중간지점 두 곳에 IoT 온습도 로거를 설치해 RH 70 % 이상이 3 h 이상 지속되면 스마트폰으로 경보를 보내게 했다. 겨울철에는 용마루 배출구가 새 둥지·낙엽 등으로 막히지 않았는지 드론 카메라로 주 1회 점검했다. 봄·가을 환절기에 스페이서 변형률과 채널 막힘 여부를 보어스코프로 확인하니, 유지보수 시간은 연간 4 시간 이하였다. 난방 시즌 한 달 평균 가스 사용량은 주변 동급 목조주택 대비 18 % 낮았다. 결로 복구 비용(목재 교체·도장·곰팡이 제거)까지 고려하면, 환기 채널 설계 투자비는 6.2 년 만에 회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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