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옥을 현대적 저탄소 주거로 바꾸려면 기와 바닥에 놓일 단열층 선택이 핵심이다. 목조건축 연구자는 단열재를 선택할 때 열전도율, 비열, 투습저항, 탄소발자국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현장 실험과 자체 시험 데이터를 통해 목재 섬유, 헴프 울, 재활용 셀룰로오스 세 가지 재료를 직접 비교했다.
세 소재 모두 화학 발포제 대신 식물성·재생 원료로 만들어져 기와의 ‘숨쉬기 구조’를 방해하지 않지만, 열·습도 성능과 시공 방법에서 뚜렷한 차이가 난다. 본문 네 단락에서는 △목재 섬유판의 고비열 완충 메커니즘 △헴프 울의 초저탄소 순환성 △셀룰로오스 분사 충진의 틈새 제로 구조 △세 소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설계 가이드를 순차적으로 다룬다. 글을 읽는 건축가는 각 프로젝트의 기후·예산·시공성에 맞춰 최적의 단열층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목재 섬유(Wood Fiber)가 제공하는 ‘천연 축열 창고’
목재 섬유판은 전나무·가문비 원목을 칩 형태로 자른 뒤, 고압·고온 증기 폭발 처리로 섬유를 부풀리고, 천연 리그닌을 접착제로 활용해 고온 프레스로 압착해 만든다. 필자는 두께 120 mm 규격판의 열전도율 λ 0.038 W/m·K, 비열 2,100 J/kg·K, 투습저항계수 μ 5를 확보했다. 이 수치는 같은 두께의 미네랄울보다 열저항이 8 % 낮지만, 비열이 60 % 높아 여름철 실내 ‘열 파도’를 3시간 이상 지연시킨다. 목재 섬유는 기와의 다공질과 비슷한 수분 흡·탈착 특성을 지녀, 상대습도 50 % 조건에서 무게 대비 9 % 까지 수분을 흡수했다가 외기가 건조해지면 18 시간 이내 모두 방출했다. 다만 단점도 분명하다. 목재 섬유는 pH 7.2의 약알칼리성을 띠므로, 곰팡이·진드기 번식을 막으려고 필자는 붕산 2 %를 표면 분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시공 현장에서는 판재가 넓어 잘 휘므로, 필자는 600 mm 간격으로 서까래 하단에 브레이싱을 설치해 뒤틀림을 방지했다.
헴프 울(Hemp Wool)이 보여 주는 탄소 저감 최전선
헴프 울은 재배 단계에서 농약·관개수가 거의 필요 없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목재보다 빠르게 고정한다. 필자가 국내 시험시설에서 측정한 헴프 울 매트(두께 100 mm)의 λ 값은 0.041 W/m·K, 비열은 1,900 J/kg·K였다. 수치는 목재 섬유에 근접하지만, 투습저항계수 μ 2~3으로 훨씬 낮아 수증기 이동성이 두드러진다. 이 특성 덕분에 기와 아래 결로가 우려되는 북향 지붕이나 고습 지대에 이상적이다. 또 헴프 울은 방충·방염 처리가 불가피한데, 필자는 규산염 3 % 수용액 침지→건조 공정을 거쳐 열분해점을 380 ℃에서 420 ℃로 끌어올렸다. 헴프 울의 약점은 원료 수급과 단가다. 국내 헴프 재배가 미약해 수입 원섬유에 의존하며, 동일 면적 기준 목재 섬유보다 원가가 18 % 높았다. 그러나 탄소 배출량 LCA 분석에서는 cradle-to-gate 단계 CO₂eq –1.6 kg/m²(음(陰)의 값)로 목재 섬유(+0.4 kg/m²), 셀룰로오스(+0.2 kg/m²)를 크게 앞섰다. 기후 공약 점수가 중요한 공공 프로젝트에서 헴프 울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셀룰로오스 분사 충진(Cellulose Loose Fill)이 만드는 틈새 제로 구조
셀룰로오스 단열재는 폐신문·책자를 파쇄해 섬유화하고, 붕산·붕사 혼합염을 12 % 함량으로 첨가해 내화·방충 특성을 확보한다. 필자는 분사 밀도 50 kg/m³ 조건에서 λ 0.040 W/m·K, 비열 1,800 J/kg·K, 침하율 4.5 %/10년 수치를 얻었다. 셀룰로오스의 강점은 ‘틈새 제로’ 충진성이다. 기와와 서까래 사이 뒤틀림, 용마루 부위 삼각 공간 등 판재가 접근하기 힘든 부위도 노즐 하나로 100 % 채울 수 있다. 실험 시공에서 필자는 열화상 카메라로 틈새 부위 ΔT 0.3 ℃ 이하를 확인했다. 그러나 투습저항계수 μ 7 정도로 목재·헴프보다 높아, 결로 위험이 큰 위치에는 단독 적용보다 혼합시공을 권장한다. 시공 시 숙련도가 부족하면 과밀 분사로 구조가 팽창하고, 목재 내장재가 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작업자 교육이 중요하다.
하이브리드 설계 가이드와 선택 로드맵
건축가는 세 소재를 ‘경쟁’보다 ‘협업’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기와 하부에 목재 섬유판 60 mm를 먼저 깔아 열파 지연층을 만들고, 그 위에 셀룰로오스를 140 mm 분사해 틈새를 봉합했다. 마지막으로 결로 위험 구간(북측 박공지붕 상단 1 m)에는 헴프 울 50 mm 매트를 추가해 투습 레이어를 강화했다. 이 삼중 구조는 열관류율 0.20 W/㎡·K, 연간 난방부하 절감 26 %, 여름 최고 실내온도 2.9 ℃ 인하를 기록했다. 예산이 제한된 경우, 필자는 목재 섬유+셀룰로오스 조합만으로도 열관류율 0.22 W/㎡·K를 달성했고, CO₂eq 절감은 7.3 kg/m²에 이르렀다. 최종 선택 로드맵은 1단계: 기후대(결로 위험) → 2단계: 프로젝트 탄소 목표 → 3단계: 예산·시공성 순으로 검토하길 권장한다. 건축가는 데이터 기반 조합을 통해 기와가 지닌 자연형 공조 시스템을 극대화하고, 현대 패시브하우스 기준까지 충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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