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와지붕이 보여 주는 열·습도 조절 능력을 ‘건축구조가 아닌 실질적 공조 장치’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대다수 사람은 기와를 단순히 비를 막아 주는 외피로만 인식하지만, 기와는 흙과 불이 만든 세라믹 다공체라는 점에서 이미 복합 기능 재료다. 이 다공체는 여름에는 열 완충층이 되고, 겨울에는 습기 완충조로 작동한다. 기와 내부 기공과 기와 사이 공극은 공기를 가두고, 그 공기는 열전달을 늦추며 수증기를 일시 저장한다. 전통 한옥은 이 원리를 이용해 하루 최대 15 ℃의 외기 온도 변화를 실내 체감 4 ℃ 이내로 완화했다. 오늘날 고단열 신축 주택이 기계식 환기에 의존해 ‘밀폐 건조’ 문제를 겪는 것과 달리, 한옥은 기계 장치 없이도 쾌적성을 확보했다. 본문 네 단락은 △기와 미세 기공 구조와 열전달 메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