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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전통과기와

기와 위 오픈 조적벽(木格子)과 통합 단열 솔루션

도심 한옥 개·보수 현장에서 설계자는 여름 과열·겨울 복사 냉기를 동시에 잡으라는 요구를 듣는다. 기와지붕은 자체로 통기층을 품지만, 지붕과 벽이 만나는 박공면은 일사 차단이 부족해 단열의 ‘약한 고리’가 된다. 필자는 전통 마루 창호에서 영감을 얻어 기와 위 박공선을 따라 세우는 오픈 조적벽(木格子, 이하 목격자)을 제안한다.

기와위에오픈조적벽통합단열솔루션

목격자는 목재 격자에 황토 벽돌을 부분 충진한 ‘숨 쉬는 파사드’로, 여름에는 투과 일사를 45 % 줄이고, 겨울에는 탄성 기포층이 복사 냉기를 완화한다. 글은 네 단락에 걸쳐 △목격자 구조·재료·열흐름 원리 △기와·단열층과의 통합 시공 디테일 △실측 성능·에너지 효과 △경제성·규제 대응·유지관리 로드맵을 순서대로 설명한다.

목격자 구조와 열·습도 제어 메커니즘

연구자는 목격자를 80 × 80 mm 편백 사각주 + 두께 30 mm 황토 벽돌(200 × 60 mm) 로 짠다. 격자 망은 가로·세로 200 mm 모듈을 유지해 가시선을 통과시키면서, 직진 일사를 난반사·흡수해 기와면 입사 일사를 절반으로 낮춘다. 목재 셀룰로오스·황토 규산염 입자는 열용량이 커서 낮 동안 받은 태양열을 서서히 방출한다. 실험동에서 7 월 하순 일사량 850 W/㎡ 조건 시, 목격자가 없는 박공면 목질판은 51 ℃까지 올랐으나, 목격자를 덧댄 면은 38 ℃에서 플래토를 형성했다. 겨울에는 20 mm 공기층이 정지층을 만들어 복사 냉기를 막고, 황토가 저장해 둔 낮 열을 내어 표면온도 3.2 ℃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기와·단열층과 엮는 시공 디테일

시공팀은 먼저 박공면 기와를 마감한 뒤, 용마루에서 처마까지 스테인리스 L-플레이트(50 × 50 × 5 mm) + SUS 볼트 M10 로 목격자 하부 턱을 고정한다. 격자 주재는 내추 3 % 규산염 방염 도료로 코팅해 준불연 2급을 확보한다. 목격자 뒤편에는 투습-방수 지붕지(μ≈3)와 목섬유판 40 mm를 연속 시공해 열교를 차단하고, 격자 칸마다 황토 벽돌을 ‘ㄷ’ 형으로 세워 두 개 방향만 막는다. 이렇게 하면 격자 구멍으로 상승풍이 통과해 기와 환기층과 연결된다. 배수는 격자 하부에 5° 경사를 주고, 황토 벽돌 아래 3 mm 틈을 남겨 응축수가 빠져나가는 케플러리 브레이크 역할을 맡긴다.

실측 온·습도·소음·에너지 성능

필자는 서울 서촌 49 ㎡ 시범 한옥에 목격자를 설치하고, 동일 조건 대조동과 비교했다. 여름 정오 실내 석고보드 뒤면 온도는 대조동 34.1 ℃, 실험동 30.6 ℃로 3.5 ℃ 낮았고, 냉방부하는 ㎾h 단위로 12.8 % 감소했다. 겨울 해 질 녘 외기 –5 ℃에서 박공면 내부 표면온도는 11.4 ℃(대조 8.1 ℃)를 기록해 결로 위험도 사라졌다. 250 Hz 교통소음 차음량도 평균 4 dB 개선되었다. 연간 1차 에너지 절감량은 ㎾h/㎡·yr 단위로 18 kWh, CO₂ 3.2 t 절감(건물 전체)으로 환산됐다.

경제성·규제·유지관리 로드맵

자재·시공비는 ㎡당 7만2천 원으로, 일반 EPS 외단열 마감 대비 1.1 배지만, ①기와 무해, ②투습 유지, ③문화재 경관 적합성 세 이점을 제공한다. 목격자는 금속 부자재 사용 비율이 12 % 이하라 녹색건축 인증 재활용 가점 2점을 얻을 수 있고, 국·공유지 한옥은 ‘전통경관 보전 보조금’ 최대 30 %를 적용받는다. 유지관리 측면에서 건축주는 3년 주기로 편백 표면 갈변·방염 도료 재도포만 하면 되고, 황토 벽돌 파손 시는 한 장 교체비 8천 원으로 끝난다. 종합하면, 목격자 파사드는 기와지붕의 통기·단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여름 일사·겨울 복사 냉기·도심 소음을 동시에 줄이는 다기능 패시브 설루션으로, 에너지·문화·경제성을 고루 충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