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간‧해안 마을에서는 경사가 급한 대지에 집을 올리기 위해 계단식 경사지붕, 일명 살마 지붕을 채택해 왔다. 살마 지붕은 한 칸씩 턱을 주어 뒤채 지붕이 앞채 지붕을 덮지 않도록 만든 구조여서, 빗물 분산과 조망 확보에 유리하다. 그러나 살마 지붕 위에 전통식 기와만 올려 두면 계단부 틈새로 바람이 들이치고 열교가 발생해, 겨울에는 결로‧동결 파손, 여름에는 실내 열축적이 심각하다.
에너지 기준 강화 이후 설계자는 살마 지붕을 그대로 유지하되, 친환경 단열층을 계단마다 독립 시공해 열관류율을 0.25 W/㎡·K 이하로 낮추라는 주문을 받는다. 필자는 강원·경남 두 현장에서 이런 과제를 해결했으며, 그 경험을 토대로 △살마 지붕 특유의 하중·배수·풍압 분석 △단열재와 방수지의 모듈화 배치 △계단부 열교·기밀 처리 디테일 △성능·비용·유지관리 성과를 네 단락에 정리했다.
살마 지붕 구조 진단과 하중·배수 특성
구조기술자는 살마 지붕을 평지붕+경사지붕 혼합체로 간주한다. 경사면(25–30°)은 기와 자중 50 kg/㎡, 적설 0.8 kN/㎡, 풍압 0.6 kN/㎡를 받지만, 계단 평대(폭 600 mm)는 수평 투수로 역할을 하면서 물·눈이 머무는 시간(체류 시간)이 길다. 필자는 계단부 콘크리트 슬래브 상단에서 열화상 촬영으로 –8 ℃ 외기에서 표면 5 ℃를 확인했고, 이는 이슬점(–2 ℃)보다 낮아 동결 융해 반복을 유발한다. 또 계단 수직면(높이 300 mm)은 외풍 와류 구간이 되어 ψ-값 0.32 W/m·K의 강한 선형 열교가 발생한다. 따라서 설계자는 계단부 수평+수직 면을 하나의 ‘열 통’으로 보고, 연속 단열과 배수 슬릿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모듈화 된 친환경 단열재‧방수지 조합 선택
필자는 경량·고압축강도 목재섬유판(Fk 60 mm, λ 0.038)과 재생 PET 경량 모듈(λ 0.031)을 ‘ㄷ’ 자 슬롯형 케이싱에 끼워 계단 모듈 600 × 600 mm로 제작했다. 케이싱 외측에는 투습·방수 지붕지(μ≈3)를 2겹 래핑해 우수 역류를 막고 수증기 매출로를 살렸다. 수직면은 40 mm 헴프 울 보드와 코르크 10 mm 흡음패널을 돌출 앵글 프레임에 끼우는 방식으로, 기와 하부 환기층(높이 20 mm)과 면을 맞췄다. 두 모듈은 모두 재활용률 85 % 이상 인증을 받아 지방자치단체 순환건축 가점을 확보했다. 설계자는 모듈 두께가 계단 턱보다 10 mm 얇도록 조정해 기와 돌출을 방지하고, 모듈 하단 뒤틀림 방지용 리브 합판 9 mm를 추가해 압궤를 억제했다.
계단부 열교 차단·기밀·배수 시공 디테일
시공팀은 ① 계단 슬래브·수직면 접합부에 아마섬유+석회 몰탈 챔퍼(45°, 폭 30 mm)를 만들어 단열 모듈과 밀착시키고, ② 수평 모듈을 먼저 깐 뒤 황동 스페이서(Ø5 × 20 mm)로 기와 통기 채널을 확보했다. 수직 모듈은 스테인리스 L-브래킷(간격 450 mm)에 걸어 외풍 하중을 견디게 하면서 투습 테이프로 상·하단 조인트를 일체화했다. 계단 경계부에는 PVC 압출 배수 셀(폭 70 mm)을 설치해 모듈 뒤쪽으로 스민 결로수를 즉시 처마 홈통으로 유도했다. 블로어도어 테스트 결과 n50 = 1.45 회/h, 열교 재계산 ψ = 0.08 W/m·K로 목표치를 충족했고, 챔버식 강우시험(2.0 L/min·㎡, 60 min)에서도 누수는 한 방울도 없었다.
성능·경제성·유지관리 결과
실증동(연면적 76 ㎡)에서 겨울 –10 ℃, 실내 20 ℃ 조건 시 지붕 하부 평균 표면온도가 15.3 ℃로 이슬점(9 ℃)보다 6.3 ℃ 높았고, 계단 수직면은 14.7 ℃를 기록해 곰팡이 가능성을 차단했다. 연간 난방부하는 ㎾h/㎡ 기준 28 → 20 (–28 %)로 감소했고, 냉방부하는 11 % 줄었다. 자재·시공비는 ㎡당 6만 1천 원, 기존 경량 콘크리트 단열 대비 1.2배였으나, 에너지 절감·결로 보수 예방비를 포함하면 8.2 년 만에 투자비 회수가 가능했다. 유지보수는 봄·가을에 계단 수평 모듈의 배수 셀 막힘·목섬유 함수율(≤ 12 %)만 체크하면 끝났다. 결론적으로 계단식 살마 지붕은 모듈형 친환경 단열·방수 패키지와 열교 차단 디테일을 결합하면 전통 조형미·투습성·에너지 성능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입증되었다.
'한옥전통과기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와 지붕의 방음 성능 강화를 위한 단열·흡음 복합공법 (1) | 2025.07.11 |
---|---|
기와 교체 시 기존 부자재 재활용 방안 (0) | 2025.07.10 |
태양광 패널과 기와 지붕의 통합 설치 가이드 (0) | 2025.07.10 |
자연환기 시스템 도입을 통한 에너지 절감 설계 (0) | 2025.07.10 |
내·외부 단열재 배치에 따른 열교(熱橋) 최소화 방안 (0) | 2025.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