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는 노후 기와를 교체할 때 “기와만 새로 사면 된다”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현장은 기와, 마루용 목재 받침, 황동 스페이서, 석회 몰탈, 철제 클립, 용마루 마감판 등 각종 부자재를 대거 철거하며, 현장은 동시에 1.5 ~ 3 톤에 달하는 폐건축 자재를 배출한다. 폐자재 처리비만도 ㎡당 1만 2천 원을 넘고, 매립·소각 과정에서 CO₂가 평균 0.45 kg/㎏ 배출된다.
건축주는 탄소중립 의무가 강화되면서 재활용률을 증빙하지 못하면 지방정부 보조금·세액 공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필자는 세 차례 기와 교체 현장을 감독하며 “기존 부자재를 최대 78 %까지 현장 순환” 시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본 글은 네 문단에 걸쳐 △철거 부자재 종류별 물성·선별 기준 △현장 세척·가공·성능 인증 절차 △재투입 활용처와 경제성 △운송·보관·행정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부자재 목록화와 물성 기반 선별 기준
현장은 기와 교체 초기에 3단 분류표를 작성해야 한다. 첫째, 재사용 가능 등급(A급) 에는 깨끗이 분리된 황동 스페이서·스테인리스 클립·용마루 막새 등이 들어간다. 이 부자재는 기존 설계하중을 유지할 정도로 내구성이 남아 있다. 둘째, 가공 후 재활용(B급) 에는 금속 부식층이 얕은 철못, 표면이 벗겨진 점토 기와, 부서진 목재 받침이 포함된다. 이 그룹은 물리·화학 가공을 거쳐 2차 제품 원료로 쓴다. 셋째, 폐기·에너지 회수(C급) 에는 심각한 산성비·염해를 받은 기와 파편, 유성 페인트가 묻은 목재, PVC 계열 방수막이 속한다. 사업자는 현장 발색계·초음파 두께 측정기로 금속 부식량을 파악하고, 0.5 mm 이상 피팅 마멸이 확인되면 B급 이하로 조정한다. 필자는 이 선별 과정을 통해 현장 전체 부자재의 46 %를 A급, 32 %를 B급, 22 %를 C급으로 구분했다.
세척·가공·성능 인증: 현장 순환 공정을 설계하라
시공팀은 A급 금속 부자재를 중성 세척액( pH 7.2 ) + 진공 건조 60 °C·2 h 로 표면 오염을 제거하고, 토르크 렌치 40 N·m 재조임 시험을 통과해야 현장 재투입을 허가한다. B급 목재 받침은 고주파 8 MHz 건조 → 표면 평삭 2 mm → 붕산 2 % 수용액 침지 12 h 공정을 거치며, 압축강도 시험(5 MPa 기준)을 통과해야 합격이다. 파손 기와·몰탈은 파쇄 후 최대 입경 5 mm로 분쇄해 재생 경량 골재를 만든다. 이 골재는 석회 몰탈 25 %에 혼합해 슬러리 형태로 지붕 배수로 경사몰탈에 재사용한다. 프로젝트는 지방환경공단 ‘순환자원 인정제’ 절차를 밟아, 재생 골재 품질 시험·중금속 용출 시험(기준 1 mg/L 이하) 결과를 제출하면, 현장 외 이동 없이도 합법적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재투입 활용처와 경제·환경 성과
건축가는 A급 황동 스페이서를 신품과 혼합해 50 : 50 비율로 통기 채널을 재구성했다. 이 조치는 부자재 구매비를 ㎡당 4,300원 줄였다. B급 재생 골재를 사용한 경사몰탈은 밀도가 1,180 kg/㎥로, 천연 모래 몰탈 대비 19 % 가벼워 지붕 자중을 낮췄고, 열전도율도 0.27 → 0.22 W/m·K로 개선되었다. B급 목재 받침은 옥상 그늘 쉘터 구조재로 전환돼 현장 폐기비 1.2t이 사라졌다. 전체적으로 건축주는 폐기 수수료 220만 원, 신품 자재비 340만 원을 절약했고, CO₂ 배출량을 3.6 톤 감축했다. LCA 분석에서 단열·재사용 공정으로 인한 추가 에너지 소모를 포함해도 순 탄소저감 2.94 톤이 기록됐다. 이는 ‘녹색건축인증’ 가점 5점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수치였다.
운송·보관·행정 프로세스와 정책 연계
현장은 A·B급 자재를 지붕 옆 임시 재사용 존(가림막·파렛트·QR 태그)에 최대 10일 보관하며, 실시간 재고를 공유한다. 관리자는 QR 태그를 통해 가공·시험·재투입 일자를 기록해 지방자치단체 순환자원 데이터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C급 폐기는 “건설폐기물 중간재활용” 업체와 계약해 시멘트 원료·RDF 원재로 반출하고, 전자올바이시스템 인계·인수증을 즉시 발급받는다. 정부는 2025년부터 건축 폐기물 재활용률 70 % 이상 의무화를 예고했으므로, 건축주는 선별·가공 장비 임차료 ㎡당 2,400원, 행정·시험 비용 ㎡당 600원을 투자해 제도 적합성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종합하면, 설계·시공·행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기와 교체 현장은 ‘폐기물 발생지 원순환’ 모델로 진화하며, 비용 절감·탄소 저감·문화재 가치 보존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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