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옥 지붕에서 기와는 비를 막는 단순 외피를 넘어 ‘저에너지 패시브 시스템’의 핵심 부재다. 오늘 글은 43년 경력의 수공예 기왓장 김봉한 장인(전남 구례 “봉한와요” 대표)을 찾아, 기와를 빚을 때부터 단열 성능을 염두에 두는 제작 노하우를 들었다.
일반 시공자는 단열을 기와 아래에서만 해결하려 하지만, 장인은 “점토 선정–성형–소성” 전 과정에서 기공률과 열용량을 조절하면 기와 자체가 숨 쉬는 단열층이 된다고 말한다. 네 개 본문 단락은 △점토·혼합수·섬유 배합으로 만드는 ‘공극 설계’ △저온·중온·환원 소성을 통한 열용량 튜닝 △기와 단면·곡률이 통기·방수에 미치는 영향 △장인이 제안하는 현대 단열재와의 ‘맞춤 레이어’ 순으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점토·혼합수·섬유 배합으로 만든 미세 공극 설계
김 장인은 “기와 단열 능력의 70 %는 흙에서 결정된다”라고 강조했다. 장인은 매년 2월 섬진강 하류 점토를 채취해 입도 100 µm 체로 걸러 미세 실트 비중을 18 % 전후로 맞춘다. 장인은 이 비중이 너무 높으면 소성 후 기공이 막혀 열저항이 떨어지고, 너무 낮으면 강도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장인은 혼합수 100 ℓ당 밀기울 1.2 ㎏·왕겨 0.8 ㎏을 섞어 식물 섬유를 도입한다. 장인은 “밀기울과 왕겨는 소성 중에 연소하면서 직경 20~60 µm의 균일 공극을 남겨 공기 방패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또한 장인은 혼합수 온도를 18 ℃로 유지해 점토 점성을 일정하게 하며, 진공 압출 단계에서 진공도 –0.08 MPa로 공기 거품을 줄여 거대 공극이 생기지 않도록 제어한다. 그 결과 기와 공극률은 24 ± 2 %로 수치가 잡히고, 실험실 λ값이 0.52 → 0.44 W/m·K까지 개선된다.
저온·중온·환원 소성으로 열용량을 튜닝하는 기술
장인은 전통 가마를 세 구간으로 나눠 “저온(800 ℃) → 중온(930 ℃) → 환원(1,050 ℃)” 단계 소성을 시행한다. 장인은 “저온에서 점토 이온이 천천히 재배열돼 기공이 일정해지고, 중온에서 결정화가 시작돼 강도가 붙는다. 마지막 환원 구간에서 산소를 뽑아내면 표면 유리질이 얇게 생겨 발수성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열용량을 높이려면 중온 구간 체류 시간을 3 h → 4h로 늘려 미세 석영·장석 결정이 성장하도록 유도한다. 연구팀이 열량계로 측정한 결과, 이 공정을 거친 기와의 비열은 900 → 1,050 J/kg·K로 17 % 상승했다. 장인은 “비열이 높으면 여름 열파가 실내로 들어오는 시간을 뒤로 미루므로 냉방 부하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기와 단면·곡률이 통기·방수·열교에 미치는 영향
장인은 기와 하부 단면을 ‘U’형 대신 ‘V’ 형(내부 각도 120°)으로 깎아, 포개졌을 때 기와 사이 공기층이 20 → 24 mm로 늘어나도록 설계했다. 장인은 “V형은 작은 빗방울이 틈으로 파고들더라도 표면장력 때문에 안으로 흘러 들어가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통기 채널 CFD 분석을 실시하자, 기와 간격 24 mm에서 자연 상승풍 속도가 0.28 m/s로, 20 mm 대비 12 % 향상됐다. 곡률(선 저고 20 mm)도 열교에 영향을 줬다. 장인은 곡률이 완만할수록 지붕 경사각 27°에서 일사 반사율이 14 % 높아지고, 단열층 접합부에 응력 집중이 줄어 층간 박리가 적다고 설명했다.
현대 단열재와의 맞춤 레이어 설계: 장인의 제언
김 장인은 현대 패시브 기준을 맞추려면 기와 자체 단열을 ‘1차 필터’로, 목섬유·셀룰로오스 복합층을 ‘2차 완충’으로 배치하라고 조언했다. 장인은 “기와를 V형·공극률 24 %로 만들고, 그 아래 목섬유판 60 mm + 셀룰로오스 120 mm를 두면 여름 피크 실내온도가 2.8 ℃ 내려간다”는 실측 데이터를 제시했다. 장인은 기와·단열 접합부에 석회 70 % + 황토 30 % 프라이머를 2 mm 도포하면 pH 충돌과 곰팡이를 막고 접착강도 0.42 MPa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인은 “기술만큼 중요한 건 유지 관리”라며, 3년에 한 번 고압공기 블로어로 기와 틈을 청소하고, IoT 온·습도 로거 경보값을 RH 80 %·48h로 설정하라고 강조했다. 장인은 “장인이 만든 기와도 사용자 데이터가 없으면 5년 뒤 성능을 잃는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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