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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 경제

정년 65세 연장, 청년 일자리와 인건비 폭탄 사이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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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65세연장청년일자리와인건비폭탄사이에서길을찾다

저출생과 고령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 사회는 또 한 번의 거대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정년 65세 연장 — 그 한 문장이 노동시장, 기업 경영, 청년 세대, 그리고 국가 재정까지 동시에 흔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본격적으로 정년 65세 법제화 논의에 착수하면서,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연장인가?”라는 질문 앞에, 사회는 둘로 갈라지고 있다.


1. 정년 65세, 고령화 사회의 불가피한 선택인가

우리 사회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5%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점점 뒤로 미뤄지고 있다. 결국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야 하는 현실적 압박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연금 개시 연령 조정과 함께 정년을 연장해야 지속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실제로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정년을 65세 또는 그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무리한 정년 연장은 경제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퇴직 후 재고용제도, 임금체계 개편 등 다층적 대안이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단순한 법적 연장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된다.


2. 인건비 폭증의 경고…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나면 기업의 인건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8.1%, 대기업은 9.4% 수준이다. 즉, 정년이 5년 늘어나면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두 배로 치솟는다.

대기업은 구조조정이나 직무 전환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지만, 인력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은 버티기 어렵다. 특히 제조업, 서비스업 중심의 중소기업은 인건비 외에도 퇴직금, 보험료, 복리후생비까지 연쇄적으로 부담이 가중된다.

결국 ‘정년 연장’이 ‘고용 유지’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신규 채용 축소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청년 일자리의 감소로 직결된다.


3. 청년 세대의 절규: “우리 자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청년들은 “정년 65세”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불안해진다. 이미 채용문은 좁고, 비정규직과 계약직은 넘쳐난다. 그런데 기성세대의 정년이 늘어나면 청년 일자리가 더 줄어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고령자 고용 유지가 늘어난 일본에서도, 청년 고용률은 초기 몇 년간 급감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은 고정된 파이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은 한정된 예산 내에서 인건비를 조정한다. 결국 “누군가 더 오래 일하면, 누군가는 더 늦게 일하게 된다.”

이 단순한 진실이 세대 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4. 연공서열의 벽을 넘어,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가야 한다

정년 연장 논의의 본질은 단순히 나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임금 체계의 구조다.

한국의 기업 문화는 여전히 ‘연공서열형’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이 오르는 구조에서는, 정년 연장은 곧 인건비 폭탄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업은 ‘직무와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같은 나이라도, 맡은 역할과 책임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는 구조로 가야 지속가능하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고령자도 ‘능력에 맞는 보상’을 받고, 청년도 ‘기회가 보장되는 구조’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시점이다.


5. 고용보험 재정의 시한폭탄… 실업급여 확대의 명암

정부는 정년 연장과 함께 65세 이상 실업급여 확대도 검토 중이다. 이는 고령층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반대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미 고용보험기금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업급여 대상을 65세 이상까지 넓히면, 기금 고갈 시점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는 “수급 연령 확대”보다 “기금 재정의 구조 개편”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6. 해법은 ‘자율적 재고용제도’와 ‘노사 협의’에 있다

모든 업종, 모든 기업에 일률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현장의 현실은 제각각이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퇴직 후 재고용 제도의 활성화다.

퇴직자는 일정 기간 이후 재고용되어, 직무에 맞게 다시 협상된 임금으로 일한다. 이 제도는 고령자의 일자리를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절충안이 된다.

특히 노사 자율 협의 모델을 통해, 각 기업이 산업 특성에 맞게 정년 연장과 재고용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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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년 연장”은 방향이 아니라 과정이다

정년 65세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단순한 연장은 답이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고용의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공존의 구조 개편’이다.

고령자는 경험으로, 청년은 혁신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 성과와 직무 중심의 유연한 임금체계.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비로소, 정년 연장은 ‘세대 간 갈등’이 아닌 세대 간 연대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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