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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 경제

치매 판정 후 계좌 동결? 수십억 자산가도 전기 끊긴 채 방치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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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판정 후 계좌 동결? 수십억 자산가도 전기 끊긴 채 방치되는 현실

한국 사회가 초고령화로 빠르게 접어들면서, ‘치매머니(치매로 인한 자산 동결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위기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쓸 수 없고, 치매 판정을 받은 순간부터 은행 계좌와 부동산 거래가 모두 멈춰버리는 현실.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불편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치매 판정 후 ‘경제적 고립’이 시작된다

80대 A 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일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었습니다. 문제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쓸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임대주택 월세와 금융자산이 있지만, 아들이 사고로 의식불명이 되자 법적 대리인이 사라졌고, 결국 관리할 사람이 없어 방문요양 서비스 요금조차 내지 못한 채 중단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처럼 치매 판정을 받으면, 민법과 금융실명법상 의사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되어 자산이 ‘동결 상태’에 들어갑니다. 은행 예금 인출, 보험 계약 해지, 부동산 매매, 주식·펀드 거래 등 모든 금융 행위가 막히게 되죠. 재산이 있어도, 쓸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돈이 있어도 복지 사각지대에 빠지는 중산층·부유층

치매머니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정부의 복지 시스템이 ‘저소득층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치매를 앓는 노인이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지만, 중산층 이상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서울 도심 60억 원대 재개발 예정지에 사는 B 씨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치매가 심각하게 진행됐지만, 미혼이고 가족도 없어 관리할 사람이 없습니다. 낡은 집에서 상한 음식을 먹고, 전기와 수도가 끊긴 채 방치된 현실.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밖에 놓여 버린 ‘부유층 치매노인’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치매머니 172조, 잠자는 돈의 늪

한국의 치매 유병률은 2023년 기준 9.25%로, OECD 평균(6.1%)보다 1.5배 높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75세 이상에서는 5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85세 이상은 10명 중 4명꼴로 증가합니다.

2023년 기준 국내 치매환자는 약 86만 명. 이들이 보유한 자산, 이른바 ‘치매머니’는 172조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는 법적 보호자 부재로 사실상 ‘묶인 돈’이 되어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매 판정 후 계좌 동결? 수십억 자산가도 전기 끊긴 채 방치되는 현실
치매 판정 후 계좌 동결? 수십억 자산가도 전기 끊긴 채 방치되는 현실

가족이 있어도 ‘후견인 제도’의 함정

가족이 후견인을 맡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자녀 입장에서 부모의 재산은 결국 미래의 상속 자산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를 위해 고가의 서비스를 선택하기보다는, 비용이 적게 드는 요양시설을 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홍종석 작가(『치매는 처음이지?』 저자)는 “한 달 450만 원짜리 간병인을 두는 대신 100만 원짜리 요양시설 다인실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며, 가족이 있어도 실질적인 돌봄의 질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이 먼저 겪은 ‘치매머니 쇼크’, 한국도 예외 아니다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치매머니 문제’로 사회적 대혼란을 겪었습니다. 치매 고령자의 자산이 동결되면서 경제 순환이 둔화되고, 상속 분쟁과 사기 사건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성년후견인 제도’와 ‘신탁관리형 치매자금 보호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한국 역시 이제는 치매머니를 ‘복지’가 아닌 ‘금융정책의 핵심 이슈’로 다뤄야 할 시점입니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 대비가 절실합니다.

미리 대비해야 할 ‘신탁·후견인 제도’

치매 진단 전, 미리 본인의 자산을 신탁하거나 법적 후견인을 지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신탁은행을 통해 일부 자산을 관리 위탁하면 치매 판정 이후에도 생활비·요양비 등을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성년후견인제도’를 활용해 가족 또는 제3자를 지정해 두면, 예기치 못한 경제적 고립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치매 환자 1인당 관리비용이 연 2,639만 원에 달한다며, 치매 대비는 개인 재무 설계의 필수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치매 판정 후 계좌 동결? 수십억 자산가도 전기 끊긴 채 방치되는 현실

마무리: ‘치매머니’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치매는 단지 기억을 잃는 병이 아닙니다. 경제적 주체로서의 삶을 잃게 되는 병입니다. 돈이 있어도 못 쓰는 사회, 가족이 있어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는 치매머니 문제의 잠재적 당사자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노후대비’만이 아니라 ‘치매대비’가 필요할 때입니다. 미리 신탁하고, 후견인을 지정하고, 치매 이후의 재정 계획을 세워두는 것. 그것이 바로 나와 가족의 존엄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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