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자산가 잡기 전쟁, 연금 시장 50조 시대 은행 전략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금융권의 최대 격전지가 연금 시장으로 떠올랐다. 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유입되는 연금 규모는 연간 50조 원을 돌파했고, 연금 고객 수도 43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 거대한 시장의 중심에는 시니어 자산가가 있다. 은행은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우대금리와 현금성 리워드를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연금 고객, 은행의 황금 자산이 된 이유
연금 고객은 단순히 매달 일정한 금액을 수령하는 존재가 아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보훈연금 등은 수령액 자체가 상당히 높고, 대부분 안정적인 자산을 보유한 시니어 계층이다. 이들이 은행 계좌로 연금을 받게 되면 기본적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고객이다.
더 나아가 은행은 이 연금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WM) 서비스와 투자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단순히 예금에 머무르지 않고 펀드, 신탁, 보험 등으로 연계하면 추가적인 수수료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시니어 자산가 확보 경쟁은 은행의 장기적 성장 전략과 직결된다.
5대 은행의 연금 유치 성과
최근 통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연금 고객은 2022년 359만 명에서 2024년 415만 명으로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 기준 433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연금 유입액도 37조 원에서 48조 원으로 뛰었으며, 올해는 5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연금 고객과 유입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는 고령화 가속화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이미 20%를 넘어섰고, 은퇴와 동시에 연금을 받는 인구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은행들이 연금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시니어 자산가 집중 공략 전략
은행들은 시니어 자산가 유치를 위해 차별화된 혜택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 우대금리 제공 – 연금 이체 고객에게 예금 금리를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 충성도를 높인다.
- 현금성 리워드 – 신규 연금 입금 고객에게 일정 금액을 현금처럼 돌려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 시니어 고객은 안정적이면서도 꾸준한 수익을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은행들은 이를 겨냥해 WM 상담, 세무·상속 플랜 등을 결합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 디지털 편의성 강화 – 모바일 뱅킹 활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니어 고객을 위해 전담 상담원과 간단한 이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왜 인터넷은행이 아닌 전통 은행인가
흥미로운 점은 급여 계좌 시장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에 상당 부분 뺏겼지만, 연금 시장은 여전히 시중은행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시니어 자산가 고객들은 안정성과 신뢰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전통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연금 이체 계좌를 은행에 두면 상담을 통한 금융 상품 가입과 자산관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앞으로의 전망
연금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로 연금 수령자는 계속 증가하고, 특히 고액 연금을 받는 시니어 자산가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단순한 연금 이체 혜택을 넘어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니어 자산가 확보 경쟁은 단순한 고객 유치가 아니라 은행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적 과제다. 50조 원 규모의 연금 시장을 선점하는 은행이 향후 금융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 정리하자면, 연금 시장은 단순한 예금 확보 경쟁이 아닌 시니어 자산가 중심의 금융 전쟁터다. 은행들이 어떤 혁신과 서비스를 통해 이 거대한 시장을 선점할지, 앞으로의 변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