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옥 리모델링 시 단열 보강 전략
서울·전주·대구 등 구도심 골목마다 남은 한옥은 뜨거운 여름 볕과 칼바람 같은 겨울 한파, 그리고 일조권·도로사선·소음 규제라는 도시 환경 삼중고에 시달린다. 건축주는 한옥의 정서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1차 에너지 소비량·열관류율·공기조화 효율을 법정 기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도심 필지는 대개 필지 폭이 5–7m에 불과해 외단열 두께를 늘릴 공간이 없고, 사업부지 인접 건물과의 이격거리가 60 cm 남짓이라 시공 여건도 열악하다.
필자는 “좁은 틈을 공략하되, 기와와 목구조의 호흡을 해치지 않는 하이브리드 단열”이라는 해법을 현장 여러 곳에서 검증했다. 본문 네 단락은 △도시 한옥 리모델링의 제약 조건 분석 △지붕·벽·바닥 외피 단열 강화 디테일 △기밀‧열교 차단과 자연환기 균형 설계 △비용‧규제‧에너지 성능 결과 순으로 구성해, 실무자가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약 조건 파악: 좁은 이격‧노후 구조‧도시 규제
건축가는 먼저 필지 경계에서 0.5 m 이내에 인접 건물이 들어선 경우, 외단열 두께를 100 mm 이상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구조기술자는 1960–70년대 한옥 골조가 대부분 투기성 석재 기단 + 연목·도리 90 × 120 mm 규격으로 시공돼, 전단 · 퇴색균 피해가 동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도시계획 조례는 용적률을 이미 초과 시공한 한옥에 대해 외벽 두께 확장을 불허하기도 한다. 이에 필자는 벽체는 내부 단열 중심, 지붕과 바닥은 외단열 중심의 ‘혼합 전략’을 제시한다. 동시에 소음과 분진 문제를 고려해, 창호 교체와 기밀 시트 보강을 단열 공사와 병행해야 한다.
외피 단열 강화: 지붕·벽·바닥별 맞춤 해법
지붕은 공간 활용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목재 섬유판 60 mm + 셀룰로오스 분사 120 mm + 투습지 조합을 서까래 위로 올리고, 황동 스페이서 18 mm로 기와 환기 채널을 확보해 열관류율 0.23 W/㎡·K를 달성한다. 벽체는 외단열이 물리적으로 곤란해 목재 섬유 내단열 40 mm + 헴프 울 40 mm를 기둥 사이 충진 후, 내부 마감에 한지 석회미장(μ ≈ 3)을 적용해 ‘숨쉬는’ 벽을 유지한다. 바닥은 기단 상부에 펑크 투습지 + 에어로젤 매트 20 mm + 석회 몰탈 슬래브 50 mm를 깔아, 지면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차단하면서 층고 손실을 70 mm 이내로 억제한다. 전체 외피 보강 뒤 시뮬레이션 결과 난방부하가 29 % 감소했다.
기밀·열교·환기의 삼각 균형
기밀 시공이 부족하면 내부 결로가 단열 성능을 갉아먹는다. 시공팀은 서까래 위 투습지와 벽체 기밀 시트를 T자 랩핑으로 맞물리게 하여 이중기밀층을 형성하고, 전기 배관·보강재 관통부에는 EPDM 고무 플랩 + 생분해성 씰링 테이프를 적용해 Δn50 1.6 회/h 이하를 확보한다. 열교 차단을 위해 기단 위 막돌에 강연플라스틱 열교차단 블록(λ 0.05 W/m·K)을 삽입하고, 처마돌출부 스틸 브래킷에는 아마 섬유 덮개를 둘렀다. 자연환기는 처마슬릿(폭 40 mm)·용마루 슬릿(폭 25 mm)·벽체 높이 1.6 m 위치의 상부 레버식 윈도 세 지점을 연동해, 전달·가을 평균 실내 CO₂ 농도를 800 ppm 이하로 유지한다. 이렇게 기밀과 환기를 조율하면 결로 없는 고단열·저기밀 주거가 완성된다.
비용·규제·에너지 성능 결과와 정책 활용
필자가 전주 서학동 42 ㎡ 한옥을 위 전략으로 보강했더니, 단열·기밀·환기 공사비는 ㎡당 58만 원(총 2,440만 원) 들었다. 한국에너지공단 ‘기존주택 제로에너지 리모델링’ 자금(공사비 30 %·최대 1,000만 원)과 지방세 감면(재산세 5년 50 % 감면)을 활용해 실투자비는 1,540만 원으로 낮췄다. 완공 후 1년간 실측한 난방 에너지 소비는 ㎥ LNG 341 → 217로 36 % 감소했고, 냉방부하는 12 % 줄었다. 건축주는 여름 최고 실내온도 2.5 ℃ 하락, 겨울 실내 표면온도 3.1 ℃ 상승을 체감하며 “열교 사라지고 곰팡이가 자취를 감췄다”라고 평가했다. 도시 한옥이 가진 공간·규제 한계를 혼합 단열 + 기밀·환기 균형 + 정책 지원이라는 3단 로드맵으로 풀어내면, 전통 미감과 현대 에너지 기준을 동시에 만족하는 모델 하우스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