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현대 혼합 한옥에서의 단열 성능 모니터링 시스템
전통 한옥에 목섬유, 헴프, 셀룰로오스 같은 현대 단열재를 삽입하면 설계 열관류율은 쉽게 0.18 W/㎡·K까지 내려간다. 하지만 시공 후 3~5년이 지나면 지붕·벽체 곳곳에서 결로, 단열재 침하, 곰팡이가 재발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옥은 점토·목재·한지·석회가 스스로 습기를 흡·발산하며 균형을 맞추는 ‘살아 있는 외피’이기 때문이다.
외피를 현대 단열재로 두껍게 싸면 이 미세 호흡 리듬이 뒤틀리고, 시공 도면만으로는 그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필자의 연구팀은 2020년 이후 국내 14채 혼합 한옥에 다계층 IoT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데이터로 단열 성능을 추적해 왔다. 본 글은 그 경험을 기반으로 △다층 센서 네트워크 설계 △데이터 수집·정합·AI 분석 파이프라인 △경고→유지보수 자동화 논리 △비용·보안·규제 체크포인트를 네 문단에 정리한다.
다층 센서 네트워크: ‘지붕·벽·바닥’ 3D 매트릭스 배치 전략
센서 배치는 단열층 구조를 그대로 격자 좌표계로 옮겨 놓는 방식이 가장 오차가 적다. 연구팀은 지붕=Z축, 벽체=Y축, 바닥=X축 삼축으로 좌표를 정의하고, 노드 간격을 1.0 m 이하로 촘촘히 깔았다. 각 노드는 △열유속(정밀도 ±3 %) △접촉 온도(±0.3 ℃) △상대습도(±1.8 % RH) △목재 수분율(전극형, ±0.5 %) 센서를 한 보드에 집적한 ‘콤보 모듈’이다. 전원은 리튬 FePO₄ 3 Ah 배터리와 5 × 5 cm 태양광 미니패널을 결합했고, 지붕면 미반사 태양복사 40 W/m² 만 확보해도 연중 자립된다. 통신은 BLE Mesh→Gateway→LoRaWAN 2단 구조로 설계해, 목조 내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00 m 떨어진 관리동 서버로 데이터를 모은다.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AI 분석: 이상 징후를 ‘D+1 시간’ 안에 감지
게이트웨이는 10 분 주기의 원시 CSV 패킷을 MQTT로 전달한다. 현장 서버는 InfluxDB + Telegraf 조합으로 시계열을 저장하고, Python ETL 스크립트가 ①센서 오프셋 교정, ②Missing Gap 보간, ③3 σ 이상치 제거를 수행한다. 그다음 LSTM-Autoencoder 모델이 ‘정상 열·습도 패턴’을 학습한다. 예를 들어 지붕 서까래 근처 노드가 야간 2 h 동안 ΔRH +12 % 급증·ΔT –4 ℃ 하락하면, 모델은 △0.87 이상 재구성 오차를 ‘결로 전조’로 분류하고, 즉시 카카오톡 Bot으로 경보를 전송한다. 이 방식으로 실제 2023년 12월 폭설 후, 강릉 사찰 한옥에서 용마루 배출구 결빙을 D+1 h 만에 발견해 지붕 해체 없이 문제를 해결했다.
유지보수 자동화 루틴: 데이터→작업지시→검증까지 한 번에
경보가 발생하면 Firebase Cloud Functions가 ①현장 사진 촬영 드론 호출, ②근로자 작업지시서 자동 생성, ③긴급 자재 발주(SaaS API)까지 한 번에 실행한다. 작업 완료 후 근로자가 모바일 앱으로 ‘시공 전후 사진 + QR 태그’를 업로드하면, AI모델이 시각 변화를 검증하고 ‘OK’ 시점에 경보 깃발을 닫는다. 또한 서버는 ‘RH > 80 %, 48 h 지속’ → 배기팬 ON, ‘RH < 65 %, 2 h’ → OFF 같은 단순제어를 즉시 수행해, 경미한 이상은 사람 개입 없이도 잡아낸다. 14채 현장에서 24 개월간 측정한 가동통계는 ‘이상 경보→현장출동’ 케이스를 연평균 1.8회/건물로 줄여, 연 유지보수비가 기존 대비 32 % 절감됐다.
비용·보안·규제 체크포인트와 적용 로드맵
콤보 센서 1노드 원가가 4만 5천 원, 지붕 60 m²·벽체 65 m²·바닥 50 m² 기준 62 노드가 필요하므로 하드웨어비 280만 원, 게이트웨이·서버 120만 원, 총 400만 원 수준이다. 난방·냉방·보수 절감액이 연 70만 원이면 ROI ≈ 5.7 년이다. 개인정보가 없더라도 2024년 개정 PIA(물리정보보호법) 적용 대상이므로, 서버는 TLS 1.3, 로컬 VPN, 데이터 암호화(at rest AES-256) 를 지켜야 한다. 공공 문화재는 문화재청 ‘IoT 부착 승인 가이드(2023)’에 따라 센서 접착제 인장강도 ≤ 0.3 N/mm², 석회 기반 제거형을 써야 한다. 현장 적용 순서는 ①디지털 트윈 BIM에 노드 위치 시뮬레이션 → ②파일럿 3개월 데이터로 AI모델 학습 → ③본시스템 설치/검증 → ④연간 리포트 & 유지보수 도급 계약 체결이다. 결론적으로 다층 센서 + AI 분석 + 자동 액션을 결합하면, 전통·현대 혼합 한옥의 단열 성능을 ‘계획 값’이 아닌 ‘실시간 지표’로 관리해 설계 기대치와 실운영 데이터를 97 % 이상 일치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