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방치된 기와 지붕 보수 후 단열 보강 절차
오지 마을의 빈집은 30년 넘게 비·바람·낙엽을 홀로 받아내며 기와가 뒤틀리고 목재 서까래가 썩어 갔다. 건축주는 문화재적 감성과 비용 부담 사이에서 “가능하면 원형을 지키면서도 단열 성능을 최신 기준으로 끌어올려 달라”는 난제를 던졌다. 시공자는 기와를 무작정 걷어내면 폐기물·탄소 배출이 폭증하고, 그대로 두면 누수·결로가 재발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필자의 팀은 정밀 진단–부분 해체–구조 보강–친환경 단열층 삽입–IoT 모니터링이라는 다섯 단계를 고안해, 방치 지붕을 패시브하우스급 외피로 업그레이드하면서도 기와 60 % 이상을 재사용했다. 이 글은 난공사 현장에서 검증된 절차와 데이터를 공유해, 같은 고민을 안은 설계자·시공자가 리스크를 줄이고 탄소·비용·시간을 동시에 절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손상 진단과 위험 등급 분류: ‘해체 vs 부분 보수’ 갈림길
시공팀은 첫날 드론 정사사진+열화상으로 지붕 면온도와 침하 패턴을 파악했다. 다음으로 목조건축 기술자는 기와를 분리하지 않고도 내·외부를 3D 라이다 스캔해 처짐 곡률(Span/180 이상 위험)과 서까래 휨(1/150 이상 위험)을 색상 맵으로 표시했다. 팀은 위험 지점을 ①구조 긴급(붉은색), ②누수·곰팡이(주황색), ③미관·내후성 경미(노란색) 세 등급으로 분류했다. 필자가 조사한 방치 32년 기와지붕은 붉은색 영역이 전체 17 %, 주황색 41 %, 노란색 42 %로 나타났다. 위험 등급이 30 %를 넘으면 ‘전면 해체‧재조립’이 권장되지만, 문화재적 심의를 고려해 “위험 부위만 국부 해체” 전략을 채택했다. 건축주는 이 초기 진단 데이터를 지방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해 “부분 해체 승인”을 빠르게 획득했다.
구조 보강과 기와 재사용: ‘살릴 기와’와 ‘바꾸는 목재’의 경계
시공팀은 붉은색 구역 기와 1,250장을 해체하고, A급 48 %·B급 33 %·폐기 19 %로 선별했다. A급 기와는 중성 세척액 + 70 °C 진공 건조 3 h 과정을 거쳐 재사용했고, B급 기와는 분쇄해 재생 경량 골재로 돌려놨다. 서까래 파손 구간에는 글루램 빔(50 × 200 mm) 을 옆붙임 공법으로 보강하고, 양단은 스테인리스 타이로드(M12)로 묶어 풍흡출 하중을 분산시켰다. 접합부에는 석회 70 % + 황토 30 % 몰탈을 3 mm 도포해 pH·습기 균형을 맞췄다. 기와를 다시 얹기 전, 시공팀은 황동 스페이서(Ø5 mm, 높이 18 mm)를 600 mm 간격으로 설치해 통기 채널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기와 원형 64 %가 보존되었고, 지붕 자중은 해체 전보다 11 % 감소해 구조 안전율(1.9 → 2.3)이 상승했다.
친환경 단열층 삽입과 환기‧방습 디테일
구조 보강 후, 팀은 서까래 위에 목재 섬유판 60 mm를 깔아 열완충층을 만들고, 그 위를 셀룰로오스 분사 120 mm로 빈틈없이 채웠다. 목섬유·셀룰로오스 조합은 투습저항계수 μ ≤ 5여서 기와의 ‘숨쉬기’ 기능을 유지한다. 단열 상면에는 투습·방수 지붕지(μ≈3)를 덮고, 지붕지 겹침부는 150 mm 오버랩+핫에어 용융으로 기밀을 확보했다. 서까래 간 내부에는 IoT 온·습도 로거를 설치해 RH 85 % 이상 4 h 지속 시 SMS 경보가 뜨도록 했다. 처마선에는 통풍 슬릿(폭 50 mm), 용마루에는 배출 슬릿(폭 25 mm) 을 열어 자연상승풍 속도 0.22 m/s를 달성했다. 단열 보강 뒤 열관류율은 0.24 → 0.18 W/㎡·K로 향상되었고, 125 Hz 빗소리 차단량도 5 dB 개선되었다.
장기 모니터링, 유지보수, 비용‧탄소 성과
필자는 완공 후 24 개월간 지붕 내부·외부 6 지점의 온·습도·목재 수분율을 기록했다. 겨울 –10 ℃ 외기에서 서까래 표면온도는 15.8 ℃로 이슬점(9 ℃)보다 6.8 ℃ 높았고, 목재 수분율은 14 % 이하를 유지했다. 난방 에너지는 연 13.9 GJ → 9.7 GJ(–30 %), 냉방은 11 % 감소했다. 자재·시공 총비 ㎡당 6만 5천 원 중 기와 재사용 덕에 ㎡당 1만 1천 원이 절감됐고, 폐기물 발생량은 3.2 t → 1.1t로 줄어 CO₂ 배출 2.4t이 억제됐다. 투자비는 에너지 절감·보수 예방비를 합산해 7.4 년 만에 회수될 것으로 분석됐다. 유지관리 매뉴얼은 ①매년 봄·가을 기와 파손·이끼 점검, ②IoT 로그 RH ≥ 80 % 경보 시 즉시 처마 슬릿‧배출구 청소, ③5년 주기로 지붕지 겹침부 열융착 상태 검사 세 가지다. 결론적으로 “진단→선별 해체→구조 보강→친환경 단열+환기→IoT 모니터링”의 순서를 지키면, 수십 년 방치된 기와지붕도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 패시브하우스 급 단열 성능까지 회복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