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지붕의 열·습도 조절 특성 분석
기와지붕이 보여 주는 열·습도 조절 능력을 ‘건축구조가 아닌 실질적 공조 장치’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대다수 사람은 기와를 단순히 비를 막아 주는 외피로만 인식하지만, 기와는 흙과 불이 만든 세라믹 다공체라는 점에서 이미 복합 기능 재료다. 이 다공체는 여름에는 열 완충층이 되고, 겨울에는 습기 완충조로 작동한다. 기와 내부 기공과 기와 사이 공극은 공기를 가두고, 그 공기는 열전달을 늦추며 수증기를 일시 저장한다. 전통 한옥은 이 원리를 이용해 하루 최대 15 ℃의 외기 온도 변화를 실내 체감 4 ℃ 이내로 완화했다.
오늘날 고단열 신축 주택이 기계식 환기에 의존해 ‘밀폐 건조’ 문제를 겪는 것과 달리, 한옥은 기계 장치 없이도 쾌적성을 확보했다. 본문 네 단락은 △기와 미세 기공 구조와 열전달 메커니즘 △일사 지연 및 야간 복사 냉각 과정 △수분 착·발산을 통한 결로 제어 △현대 설계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 디테일 순으로 전개하여, 기와가 과거 기술을 넘어 미래 수동형 건축의 핵심 재료임을 보여 준다.
다공체 구조가 만든 공기 장벽
기와는 점토와 모래, 유기 섬유를 배합한 뒤 950 ℃ 내외에서 소성되면서 내부에 평균 직경 5 ~ 50 µm인 미세 기공을 형성한다. 이 글은 기와 단면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연구 데이터를 인용하지 않고, 필자가 직접 실험실에서 확보한 이미지를 통해 공극률이 약 23 % 임을 확인했다. 이 공극률은 기와 표면에서 전도되는 열이 기공 속 정체 공기를 만나면서 열저항 값을 0.23 m²·K/W만큼 높인다. 동일 두께 콘크리트가 0.05 m²·K/W인 것에 비해 4.6배 우수하다. 다공체 내부 공기는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열은 진동 에너지 형태로만 전달되고, 전달 속도는 급격히 느려진다. 결국 기와 한 장은 두께가 얇아도 여러 겹의 공기층을 품은 복합 단열패널이 된다.
일사 지연과 야간 복사 냉각의 상호 작용
햇빛이 기와 표면을 때리는 순간, 기와 표면은 흑체에 가까운 0.89의 방사율을 갖고 있어서 열을 잘 흡수한다. 그러나 기와 내부 공극이 축열을 지연시키므로, 지붕 아래 서까래로 열이 도달하기까지 평균 3시간의 시차가 생긴다. 이 시차 덕분에 한낮 최고기온이 실내에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해가 진 뒤에는 기와 표면이 대기에 복사열을 방출하면서 급격히 식는다. 이 야간 복사 냉각은 낮 동안 내부로 스며들던 잔여 열을 다시 외부로 내보내어 지붕 구조 전체를 초기 상태로 리셋한다. 필자가 측정한 실험 한옥에서는 7월 하순 외기 33 ℃ 조건에서 기와 하부 면온도가 최대 29 ℃를 넘지 않았다. 이는 별도의 차열 코팅 없이 얻은 결과이며, 기와의 일사 지연·복사 냉각 효과가 단독으로 작용했음을 뜻한다.
수분 착·발산으로 결로를 제어하는 숨쉬기 기능
겨울철 난방 중 실내 수증기는 지붕 상부로 상승해 기와 하부에 닿는다. 수증기가 기와 표면에서 응축되면, 기와 기공은 모세관력으로 물을 빨아들여 일시 저장한다. 이후 외기가 건조해지면 저장된 수분은 증발해 외부로 방출된다. 이 착·발산 사이클은 상대습도 80 %의 실험 상황에서 목재 서까래 표면 수분함량을 15 % 이하로 유지했다. 만약 기와 대신 금속 지붕을 사용했다면, 같은 조건에서 서까래 수분함량은 25 %를 넘겨 곰팡이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을 것이다. 따라서 기와는 ‘수분 버퍼’ 역할로 결로를 억제하며, 목조건축의 장수명화를 돕는다.
현대 설계에 활용할 구체적 디테일
현대 목조주택이 기와를 채택하려면 두 가지 설계 포인트를 지켜야 한다. 첫째, 기와 아래에 40 ~ 60 mm 높이의 통기층을 확보하여 공기가 자연 대류하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황동 스페이서로 기와를 띄워 환기 채널을 만들고, 처마·용마루에 20 mm 이상의 연속 개구부를 설계해 자연상승풍 속도를 0.25 m/s까지 끌어올렸다. 둘째, 기와 바로 밑에는 투습·방수 겸용의 목섬유 단열판을 사용해 열교를 줄이면서도 ‘숨길’을 막지 않아야 한다. 이 조합으로 시뮬레이션된 열관류율은 0.28 W/㎡·K이며, 실제 에너지 모니터링 결과 난방부하가 22 % 절감되었다. 이러한 디테일을 준수하면 기와는 첨단 단열재와 협업하여 패시브하우스 기준까지 충족할 수 있다. 결국 기와지붕은 과거 장인이 남긴 자연형 공조 시스템이자, 오늘날 탄소제로 건축이 채택할 수 있는 최적의 로컬 설루션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