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전통과기와

자연환기 시스템 도입을 통한 에너지 절감 설계

pcs1019 2025. 7. 10. 06:10

도시 한옥 리모델링이나 신축 목조주택 프로젝트에서 설계자는 늘 두 가지 숫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첫 번째 숫자는 1차 에너지 소비량이고 두 번째 숫자는 초기 공사비다. 설계자가 고성능 열교 차단과 두툼한 단열층을 넣더라도, 실내 이산화탄소가 1,500 ppm을 넘으면 거주자는 창문을 벌컥 열어 난방·냉방 에너지를 한순간에 날려 버린다.

자연환기시스템도입으로에너지절감설계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필자는 기계식 환기장치 없이 자연현상만으로 연중 공기질을 관리하는 ‘자연환기 시스템’을 연구했다. 자연환기는 바람·열부력·기압 차를 이용해 실내외 공기를 자동 교환한다. 글은 네 문단에 걸쳐 △스택효과·풍압효과 메커니즘 분석 △한옥‧목조주택 구조와 결합한 통풍 경로 설계 △CFD·모니터링으로 검증한 에너지 절감량 △시공·유지비와 경제성까지 정리해, 설계자와 시공자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스택효과·풍압효과가 만드는 자연 환기의 동력

연구자는 겨울 실내 20 ℃, 외기 0 ℃ 조건에서 3 m 높이차를 가진 관통 덕트에 스택효과로 0.19 m/s 상승풍이 생성된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동력은 실내외 밀도 차이에서 나온다. 여름철에는 풍압이 주역이다. 남서풍 2.5 m/s가 외벽 흡기구(개구계수 0.6)에 작용하면 1.1 Pa 압력이 생기고, 이 압력은 지붕 배기용마루를 통해 0.21 m/s 배출풍을 만든다. 설계자는 스택효과가 지배적인 겨울에는 높이차를 확보한 수직 배기덕트를, 풍압이 지배적인 하절기에는 바람받이 루버와 처마 흡기슬릿을 주동력으로 설정해야 한다. 필자는 두 효과가 하루 중 교대로 우세해지는 ‘복합 환기’ 패턴이 에너지 성능을 높인다는 사실을 24 h 모니터링으로 검증했다.

구조체에 녹여 넣는 통풍 경로 디자인

설계자는 한옥 특유의 서까래·도리 격자를 통풍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①지붕 처마 선단 연속 슬릿(폭 45 mm) → ②서까래 위 통기층(높이 18 mm) → ③실내 상부 고측창(창틀 상단 2.1 m) → ④용마루 배출구(폭 25 mm) 순환 경로를 제안한다. 이 경로는 겨울 난방 중 고측창을 닫아 스택효과만 사용하고, 여름에는 고측창을 15° 열어 횡류+상승풍 이중 환기를 유도한다. 벽체에는 풍향을 따라 자동 개폐되는 바람받이 돌출 루버를 설치해 야간 냉기를 흡입한다. 창호마다 아마 섬유 개스킷을 삽입해 닫힘 상태 기밀 Δn50 1.5회/h 이하를 확보하고, 열림 상태에는 공기통과면적 0.04 m²/25 ㎡(바닥면적) 이상을 유지해 법정 최소환기량 0.7회/h를 달성했다.

CFD·현장 모니터링으로 검증된 에너지 절감량

필자는 TH-한옥 실증동(연면적 82 ㎡)에 IoT 센서 12개, ΔP 센서 4개를 설치하고, 창·루버 개폐를 자동 제어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겨울철 평균 외기 –4 ℃/RH 45 % 기간, 자연환기로 CO₂ 1,000 ppm 이하를 유지하면서도 실내 온도 하강은 1.6 ℃ 이내였다. 그 결과 보일러 가동 시간이 전기식 열회수환기(ERV) 설비를 사용한 대조동 대비 14.2 % 줄었다. 하절기(외기 32 ℃/RH 70 %) 야간 환기에선 시원한 공기를 2.3 ACH로 유입해 지붕 아래 축열된 열을 빼내고, 주간 냉방부하를 11.8 % 경감했다. 연간 1차 에너지 절감량은 ㎾h/m²·yr 단위로 21.5 kWh, 총 에너지 비용은 43 만원→36 만원으로 16.3 % 절감되었다. CFD 결과도 실측을 재현하며, 용마루·처마 슬릿 폭을 ±5 mm 조정해도 환기량 편차가 ±7 % 이내에 머물러 공정 오차에 강인한 설계를 입증했다.

시공·유지관리 비용과 정책 연계 전략

시공팀은 자연환기 장치(루버, 고측창 자동개폐, 수직 배기덕트) 설치에 ㎡당 5만 2천 원, IoT 제어 시스템에 세대당 120만 원을 투입했다. 이는 ERV 설치비 대비 65 % 수준이다. 유지관리비는 센서 교정·모터 윤활·루버 필터 교체 등으로 연 7만 원(ERV 대비 30 %)에 그친다. 정부·지자체는 패시브 설계 인정 시 녹색건축 인증 가점을 부여하므로, 건축주는 취득세 15 % 감면 혜택을 추가로 얻었다. 10 년 생애주기에 걸친 총비용·편익 분석에서 순현재가치(NPV)는 +275만 원, 내부수익률(IRR)은 9.6 %로 평가되었다. 설계자는 자연환기를 ‘저비용·저탄소·저소음’ 설루션으로 제안하며, 초기 설계 단계에서 구조체와 통합해 도면화해야 시공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자연환기 시스템은 한옥·목조주택 고유의 숨 쉬는 외피 철학을 살려, 별도 기계 설비 없이도 공기질·에너지 절감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패시브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