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단열재 배치에 따른 열교(熱橋) 최소화 방안
건축주는 벽·지붕·바닥에 두툼한 단열재를 넣고도 난방비가 기대만큼 줄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설계자는 열관류율 U-값 계산서가 법정 기준을 충족했음을 내민다. 하지만 열 이미지를 찍어 보면, 창틀 모서리·기둥 주변·슬래브 접합부가 붉게 달아올라 있다. 바로 열교(熱橋), 즉 ‘열이 우회해서 빠져나가는 지름길’이 에너지를 낭비시키는 탓이다. 열교는 단열 두께로 해결되지 않고, 단열재 배치 방식과 구조·마감 세부의 합리적 조합으로만 제어된다.
본 글은 한옥·목조건축·경량 스틸 프레임 등 다양한 시스템에서 내·외부 단열을 어떻게 배치해야 열교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다룬다. 네 문단에 걸쳐 △열교 발생 메커니즘과 주요 위치 △외부 연속 단열의 1차 차단 전략 △내부·중간 단열의 보완적 역할 △설계·시공·검증 로드맵과 경제성 분석을 순서대로 제시한다.
열교가 생기는 구조적 이유와 발생 위치
연구자는 열교를 선형(ψ-값)·점형(χ-값) 두 유형으로 나눈다. 선형 열교는 모서리·벽-지붕 접합·기단 위 벽 등 길게 이어지는 구조 부위에서, 점형 열교는 앵커 볼트·금속 관통재 등 작은 면적에 고 집중된다. 전통 한옥에서는 서까래 끝단-처마돌 연결부와 기단-벽 하부가, 현대 목조에서는 스터드-합판 구조가 대표적인 선형 열교다. 아래치 기와가 덮이지 않는 용마루 인접 구간도 열교가 크다. 열교 지점에서는 표면온도가 외기와 가까워져 겨울 결로·곰팡이의 출발점이 된다. 필자가 열화상으로 측정한 결과, 외기가 –5 ℃일 때 벽 중앙부가 17 ℃를 유지하더라도, 벽-기단 접합부는 11 ℃까지 떨어졌다. 이 6 ℃ 차이는 곧 곰팡이 임계온도(12 ℃) 아래로 내려가 실내 쾌적성을 악화시킨다.
외부 연속 단열이 만드는 ‘1차 방어막’
설계자는 열교를 줄이기 위해 먼저 외부 단열(Continuous Insulation) 을 끊김 없이 두른다. 목조 벽체 바깥에 목재 섬유판 60 mm를 시접 없이 부착하고, 조인트에 V-컷 메탈키를 삽입해 평면 연속성을 높인다. 기단 상부에는 열교 차단 블록(λ 0.05 W/m·K, 압축 10 MPa)을 설치해 석재 기단의 냉기 침투를 막는다. 용마루와 처마의 외단열은 자칫 처마두께를 늘려 미감을 해치므로, 설계자는 에어로젤 매트 10 mm로 슬림화한다. 이 조치만으로 ψ-값을 기준치 0.20 W/m·K에서 0.06 W/m·K까지 낮췄고, 난방에너지 부하가 12 % 줄었다. 단, 외단열은 방수·투습 균형이 중요하다. 필자는 μ≈3 투습 지를 외단열 외측에 시공해 수증기를 배출하고, 빗물은 확실히 차단했다.
내부·중간 단열이 메워 주는 ‘2차 완충지대’
구조적·문화재적 이유로 외단열을 충분히 두를 수 없을 때는 내부 단열과 스터드 중간 충진 단열이 열교를 보완한다. 내부 면에는 헴프 울 45 mm를 스터드 사이에 채우고, 기둥 앞면에는 석회 플라스터 보드 15 mm를 붙여 열관류율을 낮춘다. 스터드가 금속이라면, 열전도가 높아 점형 열교가 생기므로 스터드 바깥에 단열 스페이서(재생 PET 발포체, 두께 6 mm)를 대어 금속이 실내-외를 바로 잇지 않도록 끊는다. 필자는 창틀 주변 열교를 줄이기 위해 우드파이버 단열재로 만든 개스킷을 설치했고, ψ-값을 기존 0.14 → 0.04 W/m·K로 낮추었다. 이렇게 내·중간 단열을 적절히 배치하면 외단열 두께가 얇아도 전체 U-값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설계·시공·검증 로드맵과 총비용·효과 분석
① 설계 단계: 건축가는 2D-ψ 계산 또는 THERM·Heat3 같은 열교 해석 소프트웨어로 모서리·접합부의 실제 ψ, χ 값을 구한다. ② 시공 단계: 현장 목수는 외단열 보드 조인트 오차 ±2 mm 이하, 투습지 겹침 100 mm 이상 규격을 지키고, 금속 부자재 관통부에 발포 우레탄 대신 저 팽창 생분해 폼을 주입한다. ③ 검증 단계: 완공 후 블로어도어 테스트+열화상 촬영을 통해 ΔT 10 K 조건에서 열교 온도 차이를 5 K 미만으로 확인한다. 필자가 120 ㎡ 목조건물에 이 로드맵을 적용한 결과, 열교 보강 추가비는 총 280만 원이었고, 난방비는 연 19만 원 절감되었다. 14.7 년 안에 투자비가 회수되며, 결로·곰팡이 유지보수비 감소까지 포함하면 실질 회수기간은 9 년으로 단축된다. 요약하면, 내·외부 단열을 기능별로 적소 배치하고, 금속부위 절연·연속 기밀을 확보하면 소규모 비용으로도 열교를 대폭 줄여 에너지·쾌적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