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장기화가 몰고 온 생크림 품귀 사태
2025년 여름, 연일 이어지는 폭염이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닌 경제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특히 디저트 업계와 관련된 생크림 가격이 폭등 조짐을 보이면서,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 긴장 상태에 놓였다.
젖소 스트레스로 줄어든 원유 생산량
생크림의 기본 재료인 원유는 젖소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주로 사육되는 홀스타인 젖소는 섭씨 27도 이상의 고온에 매우 민감하다. 고온이 지속되면 젖소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료 섭취량이 줄고, 이에 따라 원유 생산량도 하루 기준 최대 20%까지 감소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일일 평균 집유량이 1,900톤에서 100톤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수치 이상의 생산 타격으로, 생크림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크림 수급 불안과 유통 한계
생크림은 유통기한이 3~5일로 매우 짧다. 따라서 많은 양을 미리 비축해 두는 것도 어렵고, 공급망의 유연성도 떨어진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다수의 납품처를 확보하거나 사전 계약을 통해 재고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 소상공인이나 개인 카페, 베이커리 업주들은 상황이 다르다. 생크림의 수급이 줄어들면 곧바로 원재료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되고, 이는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일값까지 고공행진…이중고 겪는 소상공인
수박·복숭아·참외 등 과채류 가격 급등
폭염은 단순히 원유 공급에 그치지 않고 과일류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유통정보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수박 한 통의 평균 가격은 2만 9천 원대로, 전달 대비 약 30% 가까이 급등했다. 복숭아와 참외 역시 평균 거래 가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집중호우까지 겹치며 작황이 부진해, 과채류 전반의 공급량이 줄고 있다.
디저트 가게 원가 부담 현실화
과일과 생크림은 대부분의 케이크와 디저트에 사용되는 핵심 재료다. 특히 여름 한정 메뉴나 시즌 디저트는 신선한 과일을 주재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배가된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생크림이 들어간 메뉴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물가 상승과는 무관하게 고정된 메뉴판 가격을 유지해왔던 카페나 디저트 가게들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분위기다. 일부는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거나, 할인 프로모션을 줄이며 대응에 나섰다.
디저트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 간 수급 차이
생크림과 과일 가격의 동시 인상은 디저트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그 충격의 크기는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들은 공급업체와 사전 계약을 통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복수의 공급처를 통해 유통망을 다각화해 가격 상승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동네 카페나 디저트 전문점과 같은 소상공인 업주들은 대형 유통업체에서 시세에 따라 재료를 수시로 구매해야 하며, 생크림 수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가격 협상력도 떨어진다.
이러한 유통 구조의 차이는 케이크 가격 인상이나 제품 구성 변경 등 실질적인 영향으로 이어진다. 이미 일부 소규모 매장에서는 생크림이 포함된 제품을 일시적으로 판매 중단하거나, 대체 가능한 버터크림 또는 식물성 휘핑크림으로 레시피를 바꾸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가격 인상 가능성과 반응
디저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일부 소비자들은 “지금 같은 폭염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가격 상승은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또 다른 소비자들은 “한 조각 케이크가 8,000원을 넘는 건 지나치다”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가격 저항이 높은 디저트 시장 특성상, 업계는 섣불리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결과적으로 소상공인은 마진을 줄이거나 저렴한 대체재를 사용하는 등 고육지책을 써야 하는 처지다.
향후 전망과 소상공인의 대응 전략
기후 리스크에 대응한 재고·공급 전략
기록적인 폭염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특히 생크림 품귀 현상은 단순히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후 변화가 불러올 공급 불안정의 전조로 해석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은 이제 단순히 싸게 구매하는 전략보다는, 예측 가능한 수요에 맞춰 미리 공급망을 확보하거나, 저장이 쉬운 재료로 레시피를 전환하는 식의 전략이 필요해졌다. 일부는 로컬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어 일정량의 과일을 사전 확보하는 시도도 하고 있으며, 이는 가격과 품질 면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줄 수 있다.
고객 설득과 가격 정책 수립 방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건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단순한 가격 인상보다는, 원재료의 수급 상황을 설명하고, 질 좋은 원재료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을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카페들은 SNS나 안내문을 통해 “최근 생크림 가격이 폭등하여 일부 제품의 가격이 조정됩니다”라는 메시지를 게시하고 있다. 고객들도 원재료 사정에 대해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진정성 있는 설명은 오히려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또한 메뉴 리뉴얼이나 계절 한정 메뉴 확대 등을 통해 가격 조정에 대한 부담을 분산시키는 전략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고객이 가격 상승을 느끼기 전에 새로운 메뉴나 프로모션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마무리하며: 폭염이 바꾼 디저트의 풍경
2025년 여름, 우리는 단순한 ‘더위’가 아닌, 폭염이 생크림 가격을 좌우하고, 과일값을 밀어올리며, 디저트 업계 전체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폭염 생크림 가격이라는 키워드는 이제 소상공인에게 단순한 뉴스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기후 변화에 따른 원재료 공급 이슈는 앞으로 더 자주 반복될 것이다.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선, 업계의 유연한 전략과 소비자의 이해, 그리고 정책적인 지원까지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과연 어떤 디저트를 어떤 가격에 먹고 있을까?
그 해답은 날씨가 아니라, 준비된 대응에 달려 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기업과 노동계는 어떻게 바뀔까? (0) | 2025.07.30 |
---|---|
삼성, 테슬라 반도체 수주 성공! 자율주행 AI 칩까지 맡는다 (0) | 2025.07.29 |